출처 :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/ 출판사 : 알에이치코리아(RHK) 매일 밤 몇 페이지씩 의무 기록을 써 나가는 그 순간이 고된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행복한 시간이었다. 그리고 마침내 그분의 상태가 나아져서 퇴원 처방을 했던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.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. 이렇듯 관심과 호기심을 가졌을 때, 내 세상은 한층 더 커졌다. 그에 따라 내 정신의 키도 쑥쑥 커 나갔음은 물론이다. 정신과 의사란 직업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본업으로 한다. 하지만 나 자신의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롭게 느껴질 때면, 환자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.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의 삶에 공감하려면, 상대방의 감정과 행동의 이유에 대한 관심 그리고 과학적 호기심이 반드시 필요한데, 그게 잘 되지 않는 것이다. 그럴 때마다 나는 정신과 1년 차로 처음 환자를 담당했을 때가졌던 감정을 되살리려 애쓴다. 환자로부터 배